숲은 ‘녹색의사’입니다 … 암환자 치유에 도움 주죠

숲은 ‘녹색의사’입니다 … 암환자 치유에 도움 주죠
산림청·고대의대 공동 연구 [중앙일보 황운하]

숲은 '그린닥터'로 통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숲의 환경은 면역력을 높여 질병치료를 돕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숲에 끌린다. 미국 하버드대 윌슨 교수는 이 같은 심리를 '바이오필리아' 가설로 설명한다. 인간은 수백만 년 전 동아프리카 사바나에서 탄생해 숲과 더불어 살았다. 그 때문에 숲에 가야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해진다는 이론이다. 자연을 이용한 '숲 치유', 그 효과와 이용 방법을 알아보자.

“면역세포인 NK세포 증가” 연구 발표

숲 치유는 숲의 환경을 이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인다는 개념이다. 독일·일본에선 암환자 치료에 활용한다.
일본 닛폰대 모리모토 교수팀은 2008년 암환자를 대상으로 숲 치유 효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면역세포인 NK(자연살해)세포가 증가했다. 반면에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네랄린 호른몬은 크게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암환자의 숲 치유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가 시작됐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와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이 공동으로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양평 산음 치유의 숲에서 암환자 2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유방암·위암·갑상선암 2, 3기 환자로 수술 후 치료를 받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암환자에게 도시 생활과 숲 생활을 일주일씩 하게 한 뒤 신체변화를 비교했다. 혈액검사를 통해 NK 세포 수치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삶의 질'을 평가했다. 또 숲 생활을 할 때 자유롭게 생활을 한 환자와 식사요법·운동치료·스트레스 관리·심신이완요법·심리치료 등 통합의학을 병행한 군을 나눠 비교했다.

통합의학센터 이성재 센터는 “중간 분석 결과 숲에서 생활할 때 도시 생활보다 삶의 질 지수가 높아졌다. NK세포도 증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방암 환자 정모(70·서울 중랑구)씨는 “ 수면장애·불안증·우울증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며 만족해 했다.

이 교수는 “숲에는 나무에서 내뿜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새소리 등 자연환경이 전신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신을 이완시켜 면역력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피톤치드 항염증 작용 … 물보라 음이온 방출
숲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환경이 그득하다. 숲에 들어서면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다. 국립산림과학원 유리화 박사는 “피톤치드는 항균·항산화·항염증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식·폐 건강에도 이롭다”고 말했다. 나뭇잎·계곡물·새 등 숲의 리듬감 있는 소리는 신경을 안정시킨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이고, 뇌 활동을 안정화시킨다.

계곡의 물보라에선 음이온이 방출된다. 음이온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신체적·정서적 이완 효과가 있다. 유리화 박사는 “숲은 도시보다 산소 농도가 약 2% 높은 반면 미세먼지는 최대 수천 배 적다”고 설명했다. 나뭇잎이 만들어낸 간접 햇빛은 비타민D 합성에 도움을 준다.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분비도 늘린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건강 샤워'를 하는 셈이다. 숲 치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독일·프랑스·일본·미국 등 선진국에선 숲 치유가 활성화됐다. 국내에서도 산림청이 치유의 숲을 조성해 프로그램을 운영해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는 도시보다 숲에서 거닐 때 혈압이 정상 수준으로 유지됐다. 평균 수축기 혈압이 128㎜Hg에서 119㎜Hg로 떨어졌다.

가벼운 우울증 환자는 숲에서 심리치료를 진행한 결과 병원보다 효과가 높았다. 23.70이던 우울증 수치가 숲 치유 4주 후 11.83으로 낮아졌다. 병원에서 치료받았을 때는 20.32였다. 한국녹색문화재단과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ADHD 아동, 알코올 중독자, 인터넷중독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관찰됐다.

이성재 센터장은 “하지만 숲 치유만 맹신해선 안 된다. 의학적인 치료를 받으면서 병행해야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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